AI에게 논문 초고를 맡기면 가장 무서운 사고가 참고문헌 지어내기, 이른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다. 이걸 막는 확실한 방법은 AI가 서지정보를 아예 못 쓰게 만드는 것이다. 조테로(Zotero)의 Better BibTeX 플러그인으로 논문마다 citekey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초고에는 [@kim2024] 같은 표시만 넣게 한 다음, 참고문헌 목록은 pandoc이라는 변환 도구가 완성하게 하면 된다. 이 워크플로에서 AI는 서지정보에 손댈 수가 없다.
나는 논문 초고를 워드가 아니라 마크다운(일반 텍스트)으로 쓰고 클로드(Claude)에게 다듬게 시키는데, 이 방식으로 바꾼 뒤로는 참고문헌을 손으로 만진 적이 없다.
도구는 전부 무료다. 설치부터 변환 명령까지 순서대로 알아보도록 하자.

AI 참고문헌 할루시네이션이 생기는 이유
챗GPT나 클로드에게 논문을 쓰게 하면 그럴듯한 저자, 그럴듯한 저널, 그럴듯한 연도를 조합한 가짜 문헌이 섞여 나오는 일이 있다.
AI가 문장을 만들 때 실제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는 게 아니라 참고문헌처럼 생긴 문자열을 생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AI가 쓴 참고문헌은 한 편씩 검색해서 실재하는지 확인해야 되는데, 이 검증이 참고문헌 수십 편이면 꽤 고역이다.
접근을 바꾸면 검증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AI에게는 인용할 자리 표시만 시키고, 서지정보는 내 조테로 라이브러리에서만 나오게 하는 것이다.
준비물 세 가지
- 조테로(Zotero): 무료 서지관리 프로그램. 설치와 기본 사용법은 조테로 사용법 글에 정리해두었다.
- Better BibTeX: 조테로에 citekey를 붙여주는 무료 플러그인이다.
- pandoc: 마크다운을 워드로 바꿔주는 무료 변환 도구다. 맥은 터미널에서
brew install pandoc한 줄로 설치되고, 윈도우는 pandoc.org의 인스톨러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Better BibTeX 설치와 citekey
Better BibTeX 홈페이지에서 .xpi 파일을 받고, 조테로의 Tools 메뉴에서 플러그인 설치로 그 파일을 열면 된다.
설치하면 라이브러리의 모든 논문에 citekey가 자동으로 붙는다. 나는 조테로 설정의 Better BibTeX 탭에서 Citation key formula를 auth.lower + year로 바꿔서, 첫 저자 성 소문자에 연도를 붙인 kim2024 형태로 쓰고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저자 이름에 유럽어 특수문자가 있으면 citekey에도 그대로 남는다. 나는 košir2020이라는 키를 kosir2020으로 잘못 적어서 pandoc이 문헌을 못 찾는 일을 겪어보았다. 같은 설정 화면의 Force citation key to plain text를 체크해두면 citekey가 처음부터 kosir2020처럼 아스키 문자로만 만들어져서 이런 사고가 없다.

다음으로 라이브러리를 .bib 파일로 내보낸다. 라이브러리를 우클릭해서 Export Library를 누르고 형식을 Better BibTeX로 고른 뒤 Keep updated를 체크한다.
이 체크를 해두면 조테로에 논문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때마다 .bib 파일이 자동으로 다시 내보내진다. 한 번 설정해두면 그 뒤로는 신경 쓸 일이 없다.
마크다운 초고에 인용 넣기
초고는 아무 텍스트 편집기에서나 마크다운으로 쓴다. 인용할 자리에 대괄호와 @로 citekey를 적으면 된다.
수술 절제연은 국소 재발의 주요 예후 인자다 [@kim2024].
여러 연구에서 같은 경향이 보고되었다 [@kim2024; @lee2023].
초고 단계에서 인용과 관련해 할 일은 이게 전부다. 참고문헌 번호도, 목록도, 스타일도 이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pandoc으로 워드 파일 만들기
저널에 낼 때가 되면 터미널에서 한 줄을 실행한다.
pandoc manuscript.md --citeproc --bibliography=library.bib --csl=저널이름.csl -o manuscript.docx
pandoc이 [@kim2024]를 그 저널 스타일의 본문 인용으로 바꾸고, 인용된 문헌만 모아 참고문헌 목록까지 완성한 워드 파일을 만들어준다. 변환은 몇 초면 끝난다.
저널별 CSL 스타일 파일은 조테로 스타일 저장소에서 받는다. 2026년 8월 기준 10,857개 저널 스타일이 등록되어 있어서 웬만한 저널은 다 있다.
리젝되어 다른 저널로 갈 때는 .csl 파일만 바꿔서 다시 변환하면 된다. 인용 번호와 참고문헌 목록이 통째로 다시 매겨진다.
AI에게 초고를 맡길 때 규칙
이 워크플로에서 AI에게 초고를 다듬게 시킬 때는 .bib 파일을 같이 주고 규칙을 하나만 건다.
"인용은 [@citekey] 형식으로만 적고, 이 .bib 파일에 있는 키만 써라."
.bib에 없는 키를 쓰면 pandoc이 변환 단계에서 경고를 내기 때문에, AI가 실수로 없는 문헌을 인용해도 워드 파일이 나오기 전에 걸러진다. 지어낸 참고문헌이 완성 원고까지 살아남는 경로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
다만 이건 "실재하는 문헌인가"까지만 보장한다. 실재하는 문헌을 엉뚱한 주장에 갖다 붙이는 것은 못 막으므로, 인용을 새로 넣거나 뺄 때는 원문을 열어 그 주장을 실제로 뒷받침하는지 대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조테로 라이브러리의 PDF를 아이패드에서 읽으려면 무료 용량 300MB가 금방 차는데, WebDAV로 25GB를 무료로 쓰는 방법은 이전 글에 정리해두었다.
AI 논문 참고문헌 - 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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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논문 초고를 맡길 때 참고문헌 지어내기를 막으려면, AI에게는 [@kim2024] 같은 citekey 표시만 쓰게 하고 서지정보는 조테로(Zotero) 라이브러리에서만 나오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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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BibTeX 플러그인이 조테로의 모든 논문에 citekey를 붙이고 .bib 파일로 자동 내보내며, pandoc이 마크다운 초고를 저널 CSL 스타일의 인용과 참고문헌이 완성된 워드 파일로 변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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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 파일에 없는 citekey는 pandoc이 변환할 때 경고를 내므로, AI가 지어낸 문헌은 완성 원고에 들어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