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건반사 (Deep tendon reflex)

 이유없이 힘이 빠지고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환자분을 맡게 되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오셨다고 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팔 다리가 심각하게 얇아 보였다. 원래 얇지 않았는데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 목과 허리에 디스크를 진단 받았는데, 그 것 때문인지 팔 다리가 저릿저릿한 감각이 있다고 하셨다.


일단 혹시 암이 있지는 않은지, 호르몬에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 진단이 나오지 않은 분이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넓다. 


근육의 무력감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보았다.


근육에 힘이 빠지는 증상의 원인을 크게 나눠보자면

1. 근육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2. 근육과 신경 사이의 접합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

3. 말초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

4. 중추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

로 나눌 수가 있다.


가슴 근육, 어깨 근육, 허벅지 근육 같이 큰 근육의 힘이 빠지는 경우는 근육 자체의 문제일 것이다. 이럴 땐 드라이기를 오래 못 들고 있겠다던가,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다고 표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손가락에 힘이 없는 경우엔 신경과 관련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신경과 관련이 된 문제라면 힘이 빠지는 것 외에도 통증을 느낄 때가 많다.


한편, 3번과 4번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심부건 반사 (Deep tendon reflex)를 통해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저런 망치로 무릎, 팔꿈치 등 힘줄(건, tendon)이 있는 부위를 치면 반사 작용으로 근육이 수축하는 현상을 바로 심부건반사 (Deep tendon reflex, DTR)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무릎 쪽의 힘줄을 쳤을 때 다리를 쭉 피게 되는 것은 우리 뇌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나는 움직임 (반사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심부건반사 외에도 수 많은 원시적인 반사작용이 있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이는 우리 뇌가 그런 반사 작용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4번, 중추신경의 문제로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면 그 부분의 근육은 상대적으로 중추신경 (뇌와 척수)의 영향력 밖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원시적인 반사작용을 막는 힘이 줄고, 망치로 힘줄을 쳤을 때 심부건반사가 크게 나타나게 된다.

한편, 심부건 반사 작용에도 말초 신경 (근육에 전기 신호를 흘려보내주는 전선줄)이 필요하다. 따라서 3번, 말초신경의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심부건 반사도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사실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문제는 저 DTR을 치는게 아직 내게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가족들이랑 동기들한테 다짜고짜 망치를 들이대고 여러번 쳐보기는 했는데, 어쩔 때는 잘 되다가도 어쩔 땐 전혀 안 된다. 
이래서야 환자분한테 할 때도 이게 내가 못쳐서 안나오는건지 아니면 말초 신경에 문제가 있어서 안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